아리랑茶
하오명(河五明)
한국다학연구원장(韓國茶學硏究阮長)
예로부터 한민족은 茶를 소중히 해 왔었다. 자작나무로 백화차(白樺茶)를 만들고 백두산에 자생하던 백산차(白山茶)를 우려 하늘에 제사 올렸으니
민차(民茶)의 역사가 깊었다. 녹차의 역사를 말할 때 흔히 2000년 역사라 한다. 그것은 금관가야의 왕비인 허황옥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올때 차씨앗을
가지고 온 시기가 서기 48년이었기 때문이다. 김해에 심은 차씨앗은 꾸준히 이어져 오늘날 장군차(裝君茶)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다.
신라시대에는 귀족과 승려들이 즐기던 차가 화랑들의 심신수련 때 애용된 음료이기도 했다. 수련하던 야외에서 차를 달이던 도구가 돌로 다듬어진
석지조로 한 쪽은 물확 다른 한 쪽은 화덕이다. 이렇듯 두 기능을 합한 돌로 깎은 다구(茶具)는 차의 나라들인 중국, 인도, 일본등에는 없고
오직 신라에만 있었다. 신라인의 지혜였다.
신라의 왕자였던 김교각 스님은 당나라로 불도와 수행 길을 나설때 「신라의 차씨앗」 을 가지고 떠났다. 당나라에서 대렴공이 차씨앗을 가져온
시기보다 앞선 시기였다. 스님이 당나라에 심은 차 씨앗이 차나무로 자나라고, 또 다원(茶園)을 이루고 생산되어 그 이름이 「금지차(金地茶)」이니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일본이 차의 나라지만 일본 차씨앗이 중국에 심어진 적은 없었다. 신라차의 실체는 지리산 쌍계사의 진감선사비에 담겨
있다. 선사비는 신라의 왕명으로 고운 최치원선생이 썼다. 비문에 <'석부(石釜)에 차를 달이고'>라는 내용이 있어 신라시대 때는 차를 우리기보다
차를 달였고 그 솥이 돌솥임을 증명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청자로 조선시대에는 백자로 찻사발을 빚어 차생활의 격을 높였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도공도 잡혀 갔지만 차 만들기를 하던
이들도 끌려갔었다. 큐슈의 구마모도산간에서는 차농사와 차만들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차는 조선식 솥이 평부 로 덖어
「아오야기차(400여년 이어온 조선의차)」를 지금도 이어 오고 있다.
우리 민족은 외침(外浸)과 역경 속에서도 「차와 민차」를 지켜오고 있었다. 민차(民茶)란 서민의 지혜와 애환이 담긴 차다. 뽕잎, 감잎, 어성초, 메밀
결명자, 둥글레, 산죽, 망개, 쑥, 민들레, 우엉, 칡순, 국화등으로 병마와 싸웠고 나름대로 풍류도 즐겼다.
지리산주변 차 마을엔 「고뿔차(감기의 경상도 방언)」 를 만들어 돈차처럼 엮어 매달아 두고 몸살, 감기때 달여 마셨다. 고뿔차는 찻잎과 한약재를
브렌딩한 것이었다. 나와함께 차공부하는 모임에는 차를 만드는이, 찻집을 운영하는이, 홍차 차실을 꾸민이, 대학에서 건강요리 강의하는 교수,
박사논문 쓰는이, 국악을 하는 소리꾼 등 다양한 인재들이 모였있다.
"모두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 우리나라 차시장만이 아니라 세계 차시장에 내 놓을 차 한번 만들어 봅시다.. 차에대한
시(時)도 짓고, 차 노래 작곡도 하고, 차이름 작명도 해봅시다. 차의 레시피는 내가 구상 하지요. 아 그렇지요 원 약초 재료는 강원도, 경상도 산에서
찾고, 차만들기는 팔공산에있는 다본향 찻집에서 하고..." 이렇게 다양한 의논과 함께 차만들기 강의를 마쳤다. 차 이름은 「아리랑차」로 지었고,
레시피는 어성초, 도라지, 토복령(망개뿌리), 민들레, 기타 재료 등 이었다.
나는 시(時)를 썼다.
아리랑차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푸르른 야산의 망개뿌리 도라지
정성껏 덖어서 아리랑차 되었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이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구수한 향기의 아리랑차 마시니
온몸이 맑아져 선약(仙藥)이라 부르리
차마시세 차마시세 아리랑차 마시세
정든님 고운님 아리랑차 마시세
문화공간을 열고 있는 소리꽃 하늘선생이 고운 목소리로 선창을 하고 따라 불렀다. 아리랑 과 따뜻한 차 정말 잘 어울렸다.
"이제 노래와 차 발표회 모임을 합시다." 라고 제안하니 다음 달 모임장소인 대구한의과대학 한학촌에서 하기로 의논되었다.
발표회 날 녹색 한지에 <해독차, 생활습관병예방차, 항병력 높이는 차 - 아리랑차 노래, 차 시음회>라 붓글씨로 크게 써서 붙여두고,
18분짜리 TED강의를 한 후, 함께 아리랑차 노래를 합창했다.
"다들 차맛이 어때요?"라고 물어보니 한 분은 "예.아주 좋습니다. 은은한 약초향기가 나며 맛이 진하면서도 부드럽습니다."라 했고 또 한분은
"한마디로 아리랑차 노래 같습니다."라고 해서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리랑차 노래 한 번 더 부를까요?"
소리꽃 하늘 선생의 선창에 따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더 신명나게 한마음으로 불렀다.
함께 만든 차와 마음을 나누며 아리랑차의 향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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